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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드닥터컬럼

제목

사랑은 소유인가

작성자
마인드닥터
작성일
2009.04.15
첨부파일0
추천수
0
조회수
2120
내용

우울증을 나타내는 주부들 중 많은 분들이 부부애정의 위기에 처해있음을 진료실에서 흔히 보게 된다. ‘연애할 때는 그러지 않았는데 결혼하고 나니 사람이 변했다‘ 는 말을 하는 분들이 많다. 한번진지하게 생각해보자.

우리는 “서로 끌렸다”,“사랑에 빠졌다”라는 느낌과 표현을 흔히 한다. 자신에 내재해있는 어머니의 상을 닮은 이상향이건 평소 꿈꾸어오던 성적매력이 충만한 여성이건 첫눈에 반하거나 끌리게 되면 상대방이 자신에게 관심을 가지게 되기를 바라고 노력하고 구애를 한다. 서로 사귀게 되면서 두 사람이 서로를 알게 되고 두 사람 사이의 벽이 무너지기 시작하며 서로 사랑한다고 생각하기 시작한다.

인간이란 본래 실존적으로 외로운 존재일 수밖에 없으므로 고독과 소외를 잊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벽을 무너뜨리고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려고하는 경향이 있다. 이렬 경우 친구나 동료간의 관계보다 이성간의 관계만큼 큰 일체감을 느낄 수 있는 관계는 없을 것이다. 서로 둘이 아니고 하나라고 느끼는 일체감과 공동운명체임을 느끼는 이 감정은 익히 보아왔듯이 사랑이라는 추상명사임을 알고 사용하면서 두 사람은 둘이 함께 한다면 이 세상에 아무것도 무서운 것이 없게 된다. 이쯤 되면 이제 결혼을 해서 항상 같이 있고 싶다.

그런데, 결혼과 함께 상황은 근본적으로 변하게 된다. 결혼이라는 계약은 배우자 각자에게 상대방의 육체, 감정, 및 관심의 독점을 가져다준다. 이제는 서로 상대방의 자신에 대한 관심과 애정에 불안해 할 필요는 없어졌고 자신이 생기게 되었다.

자, 그런데 당신은 혹시 결혼생활의 편의나 습관, 상호의존, 자식에 대한 공동의 관심, 상호의 경제적 이해 등을 사랑이라고 착각하고 있지는 않는가?
서로 변했다고 상심해지고 과연 진실한 사랑이었을까 회의가 든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또 다시 나를 자극할 수 있고 애틋함과 설레임을 가져다 줄 수 있는 새로운 파트너를 찾아야하는가?



큰일 날 소리, 그래서도 안 되고 그럴 필요도 없다. 우리는 처음의 선택이 설혹 정신분석적으로 소유의식의 발로였고 사랑의 위장이었다고 할지라도 결국 사랑은 그렇고 그런 것이고 서로 분석하며 대할 수는 없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사랑의 여신을 소유할 수는 없고 사랑의 행위만이 존재함을 알아야겠다. 처음 사랑에 빠져버렸고 이제는 헤엄쳐 나와서 우두커니 앉아있지는 제발 말자는 이야기이다.

에릭 프롬의 금쪽같은 이야기처럼, 빠진다는 말 자체가 모순이며 우리는 사랑 속에 서거나 걸을 수 있어야지 빠질 수는 없는데 빠진다는 것은 수동적인 행위를 나타내기 때문이다. 사랑은 능동적인 생산성이기 때문에 서로의 존제를 인정하고 느끼며 존경해야하지 않을지? 사랑하려고 노력하고 사랑을 연출하려고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으면 권태의 늪에 빠질 위험이 많을 것이다.

암울한 시대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언제 나와 우리가족이 큰 위기의 상황에 놓일는지 알 수 없다. 최근 가장의 자살 또는 동반자살이 이어지면서 사회적인 지지체계 및 주위의 관심과 격려가 필요함을 느끼지만 현대의 핵가족사회에서는 무엇보다 단위가족 내에서의 사랑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부부사이인데 표현 안 해도 서로 아는 것 인데 뭐 새삼스럽게‘ 라는 매너리즘에 젖어있거나 서로의 독점과 공통관심사를 사랑으로 느끼고 있는 것은 위기상황에 닥쳤을 때는 모래성 같을 수 있다. 동반 자살한 가장도 ‘가족을 염려하고 사랑했기 때문에‘ 라며 사랑을 소유라고 여기지는 않았는지 모를 일이다.

절망에 빠진 후에 서로의 고민과 친지, 사회의 도움은 이미 늦은 일이고 지금부터 준비를 하는 것이 현명한 일일 것이다. 그 무기는 바로 사랑의 자극과 연출이 아닐까... 꼭 요즘같은 위기상황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선택이 소중하고 이를 가꾸고 지켜나가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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