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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드닥터컬럼

제목

홧병

작성자
마인드닥터
작성일
2009.04.15
첨부파일0
추천수
0
조회수
2638
내용

요즈음처럼 우울감이 전염력을 가지고 사회 전반적으로 확산이 되는 경우도 드물었다. 우울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익히 알겠지만 하나의 증후군(IMF 증후군)처럼 여러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 이 중 상실 및 좌절감으로 인한 생의 포기는 가장 안타까운 경우인데 죽을 용기를 가지고 살아봐야지 남는 가족들은 어떻게 하라고 혼자 도피를 하는 거냐 라고 딱해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당사자는 죽음을 괴로움으로부터의 도피처로 택할 정도였으면 그 박탈감과 갈등이 얼마나 심하였겠는가.

자살에 절망 뿐 아니라 자신에 대한 징벌의 의미가 있다면 가정을 책임져야하는 가장으로서 가족을 길거리로 내몰게 된 자신의 무능에 대한 징벌의 의미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이들이 행동화한 자살에 냉정한 사회에 대한 분노의 의미는 없을까?

얼마 전 신문에서 이러한 자살현상이 성인들(특히 가장)에서 발생하고 있는데 비해 절도 등의 범법현상이 청소년층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기사를 읽었다. 청소년들이 저지르고 있는 이러한 현상들은 성인들의 자살이 내적갈등의 결과인데 비하여 갈등이라기보다 성숙한 성인이 되기 위해 타인들을 존중하는 과정을 겪지 못하고 가치관이 없으며 충동을 조절하는 토양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이래서 사회가 혼란스러울 때 아이도 어른도 아닌 이들이 여과(filtering)를 하지 못하고 한푼의 돈을 위해서 무슨 일이건 해치우고 마는 것이 아닐까?

진료실에 있으면 “화병”(홧병)의 증상으로 진료를 받으러 오시는 분들이 적지 않다. 이분들을 앞의 경우들과 비교하며 생각해본 적이 있다. 홧병이 있는 분들은 오래 동안 여러 정신 및 신체증상들이 있어왔는데 그저 팔자나 운명이러니 하며 恨과 스트레스, 분노를 터뜨리지 않고 참아오셨다. 이러한 대처방법이 정신적으로 건강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우리의 옛 어른들은 인간의 힘으로 안 되는 일들이 있고 한발 물러서서 참고 기다릴줄 아는 여유와 도량은 있었다는 말이다.

요즈음은 마치 지금의 현실이 영속되고 마지막이며 어떻게든 결단을 내려하는 조급함이 퍼져있는 것 같아 아쉽다. 그렇다고 홧병을 차라리 택하라는 것은 물론 아니고 “행동화”하기 전에 한번만 더 자신의 몫으로 남아있을 幸運과 神의 배려를 기다려보는 것은 어떨까하고... 안타까워서 드리는 말씀이다.

힘든 것을 참아오다가 뒤늦게야 화병도 우울증의 한 종류임을 알고 오시는 분들을 진료하면서 이들의 忍苦와 겸손에 존경의 마음까지 우러날때가 있다. 그래서 더욱 이분들의 고통의 경감과 회복을 위해서 최선을 다해드리고 싶다.

( 경상일보 기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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