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집중력과 정서의 문제

지친 심신이 달콤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황금같은 시간이 방학과 휴가다. 과도한 학습에 지친 우리 아이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그러나 어느 정도의 계획에 따른 휴식은 재충전의 계기가 되지만 그냥 멍하니 쉬는 것은 방전으로 생활의 리듬감을 잃기가 십상이다.

요즘 많은 학부모의 관심이 학습부진과 정서장애에 쏠려있다. 나름대로 애써도 학습이 부진한 경우 집중력의 결핍이 한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ADHD 라고 부르는 집중력결핍과잉행동증후군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그런데 최근 HD(과잉행동)의 모습은 없이 AD(집중력결핍)의 양상만 보이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아이가 산만하지 않고 얌전하기 때문에 학교선생님들도 ADHD가 아니라고 오판, 감춰질 수 있기에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이다. 또한 AD와 HD의 문제가 같이 있던 아이들은 치료를 받지 않아도 사춘기가 되면 과잉행동이 많이 줄어 저절로 좋아졌다고 착각할 수 있지만 AD는 그대로 남아 문제를 일으킨다.

뇌에 대한 연구를 통해 밝혀지고 있는 것 중에 하나가 전두엽의 기능이다. 특히 전전두엽은 집중력과 순차적 계획능력, 여러 가지를 동시에 하는 multi-tasking을 담당하는 부위이므로 CEO회로라고도 부른다. 전두피질-전두대피질, 안와전두피질, 전전두피질의 배외측-은 주의에 초점을 맞추고 자신의 사고를 다듬는 곳이므로 집중력의 사령탑이다.

이렇듯 신경회로들에 미세한 결함이 있다면 자리에 앉아 책을 보고 있어도 몰입을 하지 못하고 잡생각이 많이 들면서 학습은 겉돌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뇌파를 찍어보면 졸거나 멍하거나 백일몽에 빠져있을 때 나오는 델타파나 쎄타파가 주도를 하고 있음을 보게 된다. 베타파가 주도를 하도록 바꿔줄 경우 멍한 모습이 없어지고 아이 스스로도 집중이 잘 됨을 느끼게 된다.

이러한 두뇌의 문제는 지능 즉 처리(process)의 문제가 아니라 입력(input)의 문제이다. 머리가 나쁜 것이 아니므로 공부에 소질이 없다고 포기할 것이 아니라 제대로 입력이 되고 있는 것인지 점검해 보아야 한다. 받아들이기 어려운 문제지만 부모의 역할은 우리 아이도 이러한 문제와 결함을 가질 수 있음을 가정해보고 수용을 해야 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사춘기에 들어서는 아이들의 정서적인 문제이다. 울산의 한 조사에서 사춘기 학생 대부분이 부모와의 관계에 갈등이 있고 문제가 있다고 응답하고 있다. 폭풍노도기 이므로 가정은 부모와 아이의 전쟁터가 될 수 있다. 중요한 원인 중 하나가 가정 내 대화와 의사소통이 다방향, 다채널이지 못한데 있다. 잔뜩 예민하고 반항적인 아이는 엄마에게 터뜨리고 엄마는 받아주다가 그 한계를 넘어서면 같이 폭발하면서 일관성을 잃어버리게 된다. 아버지는 대개 그 과정에서 방관자적 입장을 취하고 혼내는 역할을 하는데 이럴 경우 나중에 풀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중간에서 가장 힘든 엄마는 기진맥진하여 우울증에 걸릴 수도 있으므로 엄마의 정신건강도 유념해야 겠다. 아이는 가정 내에서의 정서적 소통이 안 될 때 반항을 하며 친구들만 찾고 밖으로 돌게 된다. 또는 마음의 문과 방문을 닫고 속을 드러내지 않으며 무기력과 짜증으로 일관, 어떤 일에서건 긍정적인 동기가 없게 된다.

가정 내 정서적 의사소통의 문제가 있을 경우 모든 가족원들의 마음을 점검해야 한다. 쌍방향의 소통이 가정 내 위기와 갈등 해결에 아주 중요하기 때문이다.

소녀들의 경우 감정의 기복이 커서 대인갈등을 보이는 경우들이 많다. 만약 엄마도 기분의 변화가 큰 기질이 있다면 모녀간의 감정의 파도는 더욱 출렁거려 서로 힘들게 된다. 이럴 때 파도의 크기가 줄어들어야 사소한 일에도 예민하게 폭발하는 소녀들의 모습이 안정이 된다.

집중력결핍과 감정의 기복이 이처럼 큰 것은 타고난 기질의 문제이지 누구의 탓도 아니다. 다만 아이들의 이러한 문제를 수용하고 대처를 하면서 의사소통을 하고 좋은 변화를 가져오게 노력하는 것이 부모의 역할임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 경상일보 '경상시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