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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드닥터컬럼

제목

독이 될 수 있는 부모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0.04.27
첨부파일0
추천수
0
조회수
723
내용

 

11월이다. 석양에 빛날 억새를 향해 훌쩍 떠나고 싶은 완연한 가을의 11월이다. 시간의 속절없음에 허탈해지지만 한 달이 남았음에 통장의 잔고처럼 반갑고 감사하다. 대입을 준비한 이들에게는 수능이 있는 11월은 잔인한 달이기도 한다. 학생들을 진료하며 많은 가족을 경험하며 느꼈던 문제를 한 해가 가기 전에 말씀드리고자 한다.


교육청과 진료협약을 맺어 아이들을 진료하고 전문의강좌로 학교에 들어가 강의를 하며 학교문제를 대하면서 여러 번 놀라게 되었다. 우리 아이들의 공부시간이 많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었다. 

초등학생 흡연과 게임중독이 늘어나는 등 연령대가 어려지고 있다. 학교폭력의 발생 건수가 증가하며 그 양상이 더 흉포해지고 있다. 지도하면 눈을 치켜뜨고 대들며 위협까지 하는 아이들이 있어 교사들은 자괴감을 느끼면서 소극적으로 되어 간다. 

아이들의 갈등해결능력이 미숙하기에 교육과 훈육이 절실하지만 경찰이 개입해야하는 살풍경한 학교가 되어가고 있다. 진료실에서 보는 진단들은 산만한 ADHD, 심한 감정기복의 우울증, 분노조절장애, 불안증 등이다. 부모의 한숨이 태산 같고 학교 선생님도 휘청거린다. 가장 힘든 건 당사자인 아이들이다.


십 대의 문제들에 대한 원인과 대처에 가장 중요한 요소는 부모이다. 부모는 원인 제공자고 치유책임자이기에 그렇다. 부모가 DNA를 99.7% 물려주었다면 원인제공이다. 아이는 부모의 성향을 물려받는다. 부모는 또 그 부모의 유전자를 대물림 받았었다. 

그러기에 누구나 가족사를 알아보면 성향과 더불어 운명도 자신과 비슷한 조상을 보게 된다. 알코올 의존증, 방랑벽, 이혼, 질병 등 많은 것들이 반복된다. 

부모는 자식이 자신보다 더 잘 되고 나은 삶을 살기를 바란다. 그리되려면 자식이 부모의 유전자 중 문제요소를 극복해야 하고 부모가 살아냈던 과거보다 더 나은 환경에서 자라야 한다.


그런데 수많은 가족을 진료하면서 아이에게 독이 되는 가족 환경을 만드는 부모를 숱하게 보아 왔다. 부부 사이의 불화와 증오를 보며 성장한 아이는 사람에 대한 불신과 의심은 깊은 병이 되어 누구와도 친밀한 관계를 맺지 못하는 사람이 되었다. 

편애와 비교를 당하며 커온 아이는 학교에서 소외당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며 자존감이 낮은 아이가 되었고 따돌림 당하지 않기 위해 혼자 있는 친구를 음해하며 먼저 따돌렸다. 부모의 폭력과 학대를 받아온 아이는 반 아이를 장난감으로 여기며 잔인하게 괴롭혔고 그 고통에 전혀 공감하지 못했다. 

공부와 성적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부모 밑에서 성장한 아이는 성적이 추락할 때 차가운 시선을 겪어야 했으며 정말 열심히 공부했지만, 부모가 실망하자 아파트 옥상에서 뛰어내렸다. 

부모는 자식의 거울이란 것은 부모의 살아가는 모든 모습이 산 교육이란 뜻이리라. 아이 옆에서 부모가 돈에 대해, 사랑과 미움에 대해, 고통을 대하며 보였던 그 말과 행동이 거름인지 독이었는지는 내 아이를 보면 알게 될 것이다.


오늘 수능이 치러진다. 강퍅한 한국의 교육환경에서 최선을 다한 아이들아, 정말 고생이 많았다. 이제 부모의 역할이 더욱 중요한 시기이다. 한 해가 가기 전에 가족의 관계와 마음이 건강한지 점검해보아야겠다. 

가족은 사랑의 보금자리지만 상처의 근원이기도 하다. 둥지의 뼈대인 부부 사이에 갈등이 있다면 해소하자. 아내를 끌어안는 가장의 배려는 가족관계의 힘이다. 아버지가 아들과 멀어져 버렸다면 부자유친으로 회복을 애쓰자. 

딸이 편애와 차별을 당하여 밑 빠진 독 옆에서 울고 있지 않은지 돌아보자. 우울해지면 팥쥐 엄마가 되기에 마음을 점검받자. 삶의 등불은 아들이라며 모자 캡슐로 밀착해서 다른 가족이 끼어들 여지를 주지 않는지 돌아보자. 모든 가족은 서로를 사랑하지만 모든 가정이 행복한 것은 아니다, 는 말을 명심하자.


11월은 얼어붙기 전에 가족을 챙겨야 하는 가정의 달이다. 슬픈 家 보다 이해하는 家, 사랑하는 家가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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