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ENU

마인드닥터컬럼

제목

가이아의 심장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싶다

작성자
마인드닥터
작성일
2010.06.11
첨부파일0
추천수
0
조회수
2455
내용

오랜만에 영화를 극장에서 넓은 스크린과 웅장한 음악으로 감상했다. 가끔 영화가 보고 싶으면 DVD를 구해서 집에서 보곤 했는데 제대로 된 시스템에다 장안의 화제작인 '아바타' 란 꽤 괜찮은 영화이니 그 감동이 배가 되었다.

자연과의 교감, 전쟁과 평화, 생명과 사랑 등이 영화의 전반에 흐르는 테마였던 것 같다. 일본의 미야자끼 하야오 감독의 자연주의 영화들-‘원령공주’, ‘나우시카 계곡’, ‘센 과 치히로의 행방불명’(내가 5번을 본 영화) -과 그 맥을 같이 하는 것 같다.

아바타에서 그 별의 원주민들은 자원을 캐내려는 지구인 침략자들에 대항해서 숲과 나무들을 지키려고 한다. 땅의 숲과 나무에는 조상의 영혼들이 깃들어 있고 자신들의 생명의 기원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이는 이 영화의 옛날 버전이라고 하는 ‘늑대와의 춤을’ 에서 인디언들의 신념과 비슷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늑대와의 춤을’ 에서 아메리카 인디언들은 자연, 동물, 숲과 나무에 정령이 있다고 믿고 존중하며 자신들의 소유라고 여기지 않는다. 1850년경 미국의 피어스대통령이 인디언에게 땅을 팔라고 했을 때 시애틀이라는 대추장이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는 유명하다. 사람이 땅과 하늘, 신선한 공기와 물방울을 사고 팔수 있다는 생각은 너무 생소하다는 내용이었다. 자연 앞에 겸허했던 그들의 믿음을 볼 수 있는 증거이다.

아바타의 원주민들은 동물을 사냥할 때 단칼에 빨리 죽이는데 이는 고통을 덜어주기 위함이다. 그들이 주문을 외며 동물의 영혼을 자연으로 보내기 위해 명복을 비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아메리카 인디언들도 동물을 사냥하러 가기 전에는 의례를 치른다. 이는 다른 생명을 취하는 것이 자신들의 생존을 위한 것이지 다른 뜻은 없다는 것을 자연에 고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늑대와의 춤을‘ 에서 백인들은 버팔로의 필요한 가죽만 취하고 빨간 고깃덩어리의 비참한 육신을 벌판에 썩게 버려두고 가는 잔인한 행위를 한다. 인디언들은 주 양식원인 버팔로를 대할 때 이러한 주문을 한다. 너도 나도 자연에서 나고 돌아가는 같은 생물이다. 지금은 내가 너를 먹지만 나중에는 너의 부류들에게 내가 찢김을 당할 수도 있다. 자, 이제 너는 우리를 위해 너의 육신을 주고 나는 너를 위해 기도를 해 주겠다. 생존하기 위해 생명을 먹고 먹히는 순환에서 인디언과 아바타는 자신들이 먹는 생명에 대해 최소한의 예우를 하는 것을 보면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되었다.

아바타에서 땅 밑의 자원을 탐하는 우리 지구인들이 땅위의 생명을 하찮게 여기는 것을 볼 때 미국의 서부개척시대에서 기병대들이 토착민인 인디언들을 어떻게 대했는지 연상이 된다. 적과 먹을 양식을 대하는 데 있어 인디언과 백인들의 큰 차이는 자연에 대한 경외감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자연에 대한 존중을 하려면 인디언처럼 자연에도 정령과 신이 있다는 생각이 있어야 할 것 같다. 그런데 자연신앙, 만물에 정령이 있다는 신앙은 어느 시대부터인가 미신으로 치부되어왔다.

사람은 죽음과 어둠이 두려워서 신앙을 만들었다고 하는데 원시인들은 태양이 지며 암흑이 찾아올 때 가장 두려웠을 것이다. 그래서, 인류의 시작부터 최고의 신은 태양과 달, 별자리이었나 보다. 태양, 별의 자연현상을 보면서 고대의 신화와 신앙이 만들어진 셈이다.
이러한 자연에 대한 신앙이 철퇴를 맞는 것은 하느님아버지를 내세우는 주요 종교들이 생겨나고 그 세력이 확장되고 정치적 세력을 가지게 되면서부터 라고 한다. 유럽에서는 켈트족이 기독교를 국교로 정한 로마에 의해 전멸을 당했고 이후 막강한 권력을 가진 일부 유럽의 주교들은 영주들과 결탁하여 마녀사냥을 하였다. 이로 인해 그 시대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정적들에 의해서 그들과 다르다는 음모 때문에 마녀의 이름으로 화형을 당했다. 특히 종교적으로 비천한 지위였던 여성들의 희생이 컸다.

식민지시대에서는 원주민들을 교화시키는 명분으로 파견된 신부들은 제국주의의 선발대 역할을 하였다. 그들의 눈에는 원주민들의 토템신앙은 미개한 것이었고 하느님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사탄와의 결탁이었을 것이다. 이렇듯 인류의 역사에는 권력과 인격화된 하느님으로 무장한 제국의 집권자들은 태양과 대지를, 아버지와 어머니 신으로 하는 자연주의자들을 탄압하였다.

지금은 발전제일주의로 인해 지구의 자연은 황폐해지고 병들고 있으며 지구 최후의 자연이라는 아마존마저 눈물을 흘리고 있다. 지구는 고대부터 어머니 대지였고 인류의 자궁이었으며 우리가 가이아라고 부르는 모신이다. 모든 생명의 원천이고 우리가 돌아가야 하는 곳은 하늘나라가 아니라 지구의 자연이 아닐까?

만약 인류가 멸망을 한다면 하늘에 계신 하느님 아버지의 심판 때문이 아니라 우리 어머니신인 가이아 즉 지구의 쇠멸 때문일 것이다. 몇 십억 년 전에 이 우주에서의 가스의 빅뱅과 우주먼지의 결합으로 만들어진 귀한 태양과 생명의 신비인 지구이다. 인류의 역사는 지구의 역사의 극히 일부분이겠지만 사람들의 욕심으로 인해 가이아가 끝장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말 신앙과 같은 마음으로 어머니 대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 '울산수필' 기고 )
0
0

게시물수정

게시물 수정을 위해 비밀번호를 입력해주세요.

댓글삭제게시물삭제

게시물 삭제를 위해 비밀번호를 입력해주세요.